Le Machon d'Henri
파리 생제르맹 지구에 있는 식당이다.
어느 책에선가 <가정식 요리를 제공하는 작은 식당>이라면서 이 식당을 추천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걸 적어놓은 게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파리에서 길거리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아무거나 주문하여 먹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식당 만큼은 철저히 알아보고 준비한 후 찾아가는 게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길이다.
식충이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이 식당을 찾아간 것은 대성공이었다.
식당 내부는 참 작다. 식탁이 열개 정도나 될까.
식탁 사이의 간격도 비좁다.
엉덩이 큰 서양사람들이 옆으로도 빠져나가기 어렵다.
안쪽에 앉았던 사람이 나갈 때에는 옆 식탁을 치워줘야 한다.
식탁도 큰 접시 두개 놓으면 꽉 찰 정도로 작다.
주인아저씨의 인상이 참 좋아보인다.
수더분하고 친절하다. 인종에 대한 편견없음이, 그의 선량해 보이는 눈에서 느껴진다.
식당 앞에서 약간은 어색해 하는 우리 부부를 얼른 이끌어 좋은 자리에 앉혀 주었다.
우리가 불어를 못하는 눈치니까, 아예 가게 앞에 세워둔 영어메뉴판(사진 가운데 밑에 있는 작은 칠판)을 가져다 준다.
d'agneau 라는 단어 하나만 보고 주문했다. 다른 단어는 모르니까.
새끼양요리.
레드와인도 한 잔 시켜서 같이 먹는데, 음... 맛이 심각한 수준이다.
양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식감이나 소스 모두 기대를 훨씬 웃돈다.
반쯤 으깬 감자도 함께 담겼는데, 그것도 맛있다.
대부분의 메인 요리 가격은 20유로 정도. 합리적인 가격이다.
괜히 긴장해서 entree나 dessert를 꼭 시킬 필요 없다.
두번째 갔을 때엔 과일 dessert를 먹어보았는데, 그것도 일품이었다.
뒤카스나 로부숑 같은데 찾아가 분위기에 주눅들며 50-100유로 이상 주면서 먹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프랑스 남부여행을 마친 후 파리로 돌아와 며칠 머무르는 동안, 아내의 주장에 따라 우리는 한번 더 이 식당에 갔다.
저녁 9시였지만, 전혀 늦은 시각이 아니었다.
밤10시가 되어도 손님들이 계속 들어온다.
분위기도 좋다.
식당 벽에 걸린 그림이 약간 촌스러워 보이면서도 정겹다.
키친에서는 주인 아저씨와 동년배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하얀 김 속에서 열심히 요리한다.
친구지간인지, 그들끼리 주고받는 말씨와 표정이 참 훈훈하다.
동양인들은 전혀 안 보이고, 현지인들과 관광객으로 보이는 미국인들만 보인다.
골목 안쪽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내놓을 것같은 식당이 몇 개 더 보인다.
다음에 파리를 다시 가게 된다면, 도착 첫날 저녁식사는 꼭 이 식당에서 하게 되리라.
Le Machon d'Henri 8 rue Guisarde, Saint-Germain / 01 4329 0870
예약 : 하면 좋겠지만, 프랑스어를 모르면 그냥 가도 된다. 주인은 영어를 거의 못한다.
찾아가기 : Mabillon역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rue Mabillon을 따라 남쪽으로 100m쯤 내려오면 우측에 rue Guisard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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