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e Cler  

에펠탑 근처의 호텔에서 숙박한다. 

호텔에서 잠시 쉰후, 5시경 인근을 시찰할 겸 저녁도 먹을겸해서 밖에 나갔다. 

나오자마자 에펠탑이 보인다. 그래서 숙박료가 비싼가보다. 

그렇지만, 나와서 보이는 거야 뭐... 그리 대단하다고.


가장 가까와서 먼저 찾은 끌레르 거리Rue Cler는 생각보다 허접하다. 

전형적인 시장으로 생각하고 기대했기 때문일까. 

몇몇 소개글에 조금 과장되어 있는 것처럼 본격적인 “시장골목”은 아니었다. 100m 남짓한 거리다. 

파리지앵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상점이 비교적 많은 거리 정도라고 보면 된다. 


꽃가게, 치즈가게, 신발가게 등등과 함께 저렴해 보이는 노천 식당들도 몇개 보인다. 

take-out 할 수 있는 중국식당도 두개나 있다. 

파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명 아이스크림 가게 Amorino도 여기에 하나 있다.  

고양이 두마리가 생선가게를 지나칠 수 있나. 

음. 맛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흔한 바닐라 향이 아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rue cler가 흡족하다. 


Les Cocottes

끌레르 거리를 지나 에펠탑 방향으로 두블럭쯤 더 걸으면, 크리스띠앙 꽁스땅(Christian Constant)이라는 유명한 chef가 운영하는 세 개의 식당이 있다.

Cafe Constant, Le Violon d’Ingres, Les Cocottes. 

오후 6시 40분쯤이었는데, 그 중 하나인 Les Cocottes 앞에 벌써 10여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다른 식당을 찾아볼 여유 없이, 우리도 일단 그 줄에 섰다. 

식당은 7시가 되어서야 문을 열었고, 우리는 그 날의 저녁 메뉴 중 하나인 냄비요리를 주문했다. 


검은 무쇠냄비에 담겨 나오는 요리인데, 진한 고기 스튜에 가깝다. 

좀 짜고 느끼한 편이어서, 맥주를 시켜 함께 먹었다. 

맛이 썩 대단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명 관광지 앞 노천식당들에서 관광객 상대로 주는 음식들에 비하면 훨씬 맛있고 진지하다. 

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름난 식당이고 저녁식사인데도 가격은 꽤 합리적(내 기억에 main plat가 대개 15-20유로 정도)이고, 직원들은 영어가 가능하며, 매우 친절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스탠드에 앉아 먹는 스타일의 식당이어서, 주문받고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점이 (식사시간을 오래 보내지 않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좋다. 

스탠드의 의자들은 상당히 높아서, 키가 작은 아내는 의자에 올라앉는데 꽤나 고생했다.    


Eiffel Tower

저녁을 먹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에펠탑의 남동쪽으로 펼쳐진 샹드마르Champ de Mars 공원은 참 넓다. 벤치에 앉아 파리 첫날의 저녁 공기를 맡으며 즐기는 시간 - 이것이 자유여행의 묘미다. 패키지였으면 결코 누리지 못할 자유로움. 

소나기가 내린 직후라 공기가 더욱 맑다. 

파리의 상징이라 여겨지게 된 에펠탑의 모습.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작은 듯한 느낌이다.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이 철탑은 사실 쌩뚱맞다. 

주위 경치와 도저히 어울린다 할 수 없다. 

처음 에펠탑이 만들어졌을때 많은 파리시민들이 싫어하고 원망했다는 게 실감이 간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이제는 아무도 에펠탑을 원망하는 이는 없으리라. 


이 아름다운 공원과 센 강변에 왜 이런 철탑을 지으려 했을까. 정말 수십년 후를 정확하게 내다보고 설계한 계획적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다지 정확한 예측없이 저질러 놓고 났는데, 높은 시설물이 없는 파리의 스카이라인을 좌우하는 물건으로 돋보이게 된 것뿐일까. 


에펠탑을 찍은 사진이 너무나 많기에, 오히려 에펠탑을 찍는다는 게 더 어렵다. 

전체를 찍어도 어색하고, 부분을 찍어도 그냥 그렇다. 주변에 부제를 넣을만한 것도 없다. 

그래서 엽서에 나오는 많은 사진들은 윗쪽에 나뭇잎들을 배치하거나 아랫쪽에 잔디를 배치하여 찍은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이서 보니, 이 탑 자체에서 사용한 철골은 굵기가 서로 다른 것들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구조물들의 조화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탑의 외관을 잡는 매우 굵은 철기둥부터, 사이사이를 잇는 가느다란 철물까지 몇 가지 종류의 굵기가 다른 철물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연결되어 있다. 

에펠탑을 찍으려면, 차라리 이 구조물의 조화에 촛점을 맞추는 게 좋을 듯하다. 

사진을 찍어가다가, 결국 에펠탑의 아름다움은 멀리서 보는 외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것을 이룬 이 여러 종류의 구조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연결되었다는 사실에도 큰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펠탑 올라가는데 입장권이 필요하다는 것은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입장권이 8월말까지 매진예약되었다는 사실도 함께. 

애당초 에펠탑에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입장권이 매진되었기에 올라가지 못한다고 하니까 이제야 비로소 올라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무슨 심뽀일까. 

 

하지만, 여기 와서 보니 에펠탑 밑의 매표소에서는 표를 팔고 있다. 승강기 타는 표까지도 판다. 

매진되었다는 것은 예약분 뿐인가... 

올라갈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긴 줄을 지어 서있는 걸 보니, 그들의 땀냄새를 맡으며 기를 쓰고 거길 올라갈 생각이 도로 없어진다. 


에펠탑 뒤로 퐁디에나Pont d’Iena 다리를 건너면 트로카데로Trocadero가 있다. 

에펠탑 야경을 즐기는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에펠탑과 파리 시내 일부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툭 트인 계단이 시원하다. 

에펠탑 기념품을 파는 흑인들이 법석인 점이 다소 거슬린다.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더이상 집쩍거리지 않고 쉽게 물러가는 게 다행이다. 



파리에서의 첫날 밤. 

밤10시가 되어도 날이 훤하다. 

우리는 트로카데로 앞의 계단에 앉아서 점점 어두워지는 에펠탑의 주변경치를 즐겼다. 

어설픈 길거리 퍼포먼스도 좀 구경하다가, 

에펠탑의 불이 켜지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채 더 어둡기 전에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파리 여행은 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직은 몰랐기에. 


첫날 저녁.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P.S. 내 나름대로의 도시여행 팁.

파리에서 걸어 돌아다닐 때 지도를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 것인가를 많이 연구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하기 위해 몇가지 유명한 지도앱을 다운받아 놓기도 했는데, 막상 길에서 수시로, 손쉽게 꺼내어, 요긴하게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았다.

혹시나 하여 집에서 A4용지로 프린트해간 구글지도가 훨씬 요긴했다. 

파리 각 지역별로 반경 1-2킬로 내외의 지도로 확대하여 그 지역에 갈때마다 해당 지도를 꺼내어 보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론, 방향을 알아야 할 때에는 아이폰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프린트한 지도 위에, 내가 꼭 가고 싶은 식당이나 장소 등을 표시하고, 간단한 필요정보를 기록해 놓으면 그만이었다. 생제르맹, 에펠탑, 개선문, 시청, 라파이엣, 등 중요 장소 중심으로 약8장 가량의 지도를 만들어 갔는데, 요긴하게 사용했기에 메모해 둔다.

'해외여행 > Fr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 - 퐁피두센터  (0) 2013.07.29
파리 - 오르세 미술관 / 노틀담 성당  (0) 2013.07.29
파리로 가는 TGV  (0) 2013.07.25
마르세이유  (0) 2013.07.24
프로방스 Provence  (0) 2013.07.23
Posted by fot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