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을 떠나 아를로 가기 전에, 오늘 하루는 고르드와 루시용 등 프로방스 산간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고르드로 가기 전에, 그 유명한 세낭크 수도원(Abbaye de Senanque)을 찾았다.
라벤더꽃과 어우러진, 고색창연한 수도원... 어떤 곳일까. 라벤더는 잘 피었을까. 하면서...
깊은 골짜기 구불길을 한참 지나 드디어 수도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아아... 라벤더가 그저 조금 피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번 여행에서 기대한 것 중의 하나였는데, 프로방스의 라벤더를 이 정도만 보고 만다는 건가..
실망스럽지만 할 수 없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간다.
수도원답게, 예배실이 단순하고 정갈하다.
요란한 스테인드 글라스 대신, 다소 현대적인 디자인의 유리창이 참 인상적이다.
장식물이 많은 성당은 왠지 시끄러운 소음이 끊임없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성당보다는 이렇게 단순한 수도원이 좋다. 침묵과 고요가 담겨있는 듯하다.
수도원 안에는 작은 정원이 있고, 건물이 이를 둘러싸고 있다.
오래된 자취가 느껴진다.
이 건물을 지은 이들이 곳곳에 H자 형태의 비밀표시를 해두었단다.
아내는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처럼 그 표시를 발견해내고 좋아한다.
어두운 수도원에, 빛이 들어오는 창문은 매우 작다.
왜 중세나 근대의 성당이나 수도원은 어둡게 하기를 원했을까.
빛의 자녀들이라면서도, 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을까.
그들 자신이 어두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빛"을 "세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예배실 십자가 앞에 앉아, 이 깊은 골짜기에 들어와야만 했던 수도사들의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라벤더가 덜 피었어도, 이 수도원은 참 아름답다.
담너머로 사진찍는 저 아가씨도 같은 마음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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