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브에서 렌트카를 타고 슬로베니아를 향한다.
(아내는 이 나라를 자꾸 "슬로바니아"라고 부른다. 체코 옆에 있는 "슬로바키아"와 헷갈리지 말라고, 여기는 "슬로베니아"라고 해야한다고 이야기하니, 기분이 살짝 상한 듯 보인다. 이럴 땐 걍 놔두었어야 하는지... 아직도 여인네 마음을 알 수 없다.)
류블랴나 (Ljubljana).
tvn 드라마 "마이 디어 프렌즈"에서 연하(조인성)와 박완(고현정)의 러브스토리를 촬영한 곳으로 더 잘 알려졌다.
하지만, 이 도시는 그것보다 훨씬 유명한 러브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국민시인, 프란체 프레세렌(France Preseren)의 러브스토리.
그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류블랴나의 변호사가 되었다.
그는 어느날 류블랴나의 어느 건물 창문사이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을 발견한다.
류블랴나 부유한 상인의 딸, 율리아 프리미츠(Julia Primic)였다.
프레세렌은 한눈에 율리아에게 반했고 사랑은 깊어져 갔다.
하지만, 그는 율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할 용기가 없었다.
프레세렌은 변호사가 되었어도 율리아와의 사이에는 여전히 계급이라는 높은 장벽이 있었다.
율리아는 어느 부유한 집안 청년과 결혼했고, 프레세렌도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세 자녀를 두었다.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1849 임종을 맞은 그는, 평생동안 율리아를 잊을 수 없었노라고 고백한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의 불행한 사랑의 감성은, 그의 작품 속에서 불행한 역사를 가진 조국 슬로베니아의 슬픈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러한 작품 속 감성은 슬로베니아의 거의 모든 문학작품에 스며들었다고 한다.
프레세렌이 지은 "축배(Zdravljica)"라는 시는 현재의 슬로베니아 국가가 되었다.
류블랴나 한복판에는 그를 기념하는 프레세렌 광장이 있다.
당연하게도, 광장 동쪽에는 프레세렌의 동상이 있다. (시의 여신이 월계수 잎을 들고 그의 머리를 지켜주고 있다.)
이런 내용을 알고 나서, 류블랴나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렇게 기대를 품고 도착한 도시였지만... 그렇지만...
막상 도착하니 더워도 너~무 덥다.
관광객들은 모두 그늘에 숨어서, 더위에 지쳐 할딱거리는 강아지처럼 초라하게들 앉아 있다.
그래.. 여긴 여름에 올 곳이 아니야...
더위를 무릅쓰고 프레세렌 광장에 갔다.
프레세렌 동상도 찾았지만, 그의 사랑 율리아의 상을 찾아볼 엄두는 도저히 안난다.
숨막히도록 덥다.
세개짜리 다리 triple bridge 앞에서 조인성이 차에 치이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그 앞은 애당초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파울로 코넬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도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며 그늘에서 잠시 쉬다가, 그냥 다음 목적지 Bled를 향하여 떠나기로 했다.
'해외여행 > Slove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로베니아 - 블레드 (0) | 2017.07.17 |
---|---|
류블라냐와 프레세렌 (0) | 2017.02.11 |
류블라냐의 용 (0) | 2017.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