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이탈리아는 오랜만이다.
25년전, 밀라노에 업무로 출장갔었다.
밀라노에서 하루종일 회의만 한 후 이튿날 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나 아까웠다.
사무실에 휴가 사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리고 나 혼자 로마에 가서 4박5일을 놀았다.
그후 이탈리아로 올 기회가 없었다.
로마에 갔을때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지 않은 걸 간혹 후회하기도 했다.
그런데, 25년이 지난 후 이제야 이탈리아 북부 산간을 거쳐 베네치아를 잠깐 들러본다.
돌로미티의 마지막 숙소가 있던 Arabba에서 8시경 출발했는데, 베네치아로 가는 산길은 여전히 굴곡이 많다.
그래서 시간이 꽤나 걸렸다.
점심 무렵이나 되어서야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산타루치아 역 앞 광장 근처. 볕이 무지 좋다.썬글라스를 쓰고도 눈이 부실 지경이다.
우리는 계획 없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까짓거, 남들이 다 보고 온다는 유명한 장소나 건물, 안보면 어때. 그냥 눈에 들어오는 대로,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쫓아가기로 했다.
산에서 갓 내려온 촌놈들처럼, 두리번거리며 "와, 저것봐" "저건 뭐지?" 하며 요란스럽게 걸어가는 것도 재미지다.
광장도 지나고,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묵도 지나고, 자그마한 시장도 지났다.
오징어튀김 파는 가게가 있어, 튀김과 콜라를 샀다.
골목길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서 종이 봉지에 든 튀김과 콜라를 다투듯이 먹는 이 짓거리도, 점잖은 척 살아온 50대 부부가 언제 다시 해보겠어.
오늘은 베네치아에서 밤 늦게까지 놀다가 외곽에 있는 숙소로 찾아갈 예정이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나니 점점 더 더워진다.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는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안에서 낮잠을 자기로 했다.
반바지로 갈아입고 그늘진 주차장에서 차문을 열어놓은채 살짝 낮잠을 자본다.
1시간 쯤후 아내에게 전화를 해보니, 그리로 오란다.
요란해 보이는 호텔로 들어와 봤는데, 호텔내 운하쪽 카페가 한적하고 자유롭더란다. Hotel Principe.
여자들은 이런 장소를 잘도 찾아낸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두어시간을 게기는 동안, 웨이터는 한번도 간섭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나가면서 계산을 할때에야 비로소 "Guest here?"라고 물을 뿐이었다.
물론 쿨하게 "No"라고 답해주었지만.
한참을 쉬고나니 개운하다.
한낮의 뜨거움도 한결 가셨다.
이번에는 바포레토를 타기로 했다.
1일권 20유로. 몇번만 타도 이게 더 저렴하다.
운하를 따라가며 보이는 경치들이 참 다양하다.
그 유명한 리알토 다리에서 바라보는 전경.
곤돌라는 전보다 많이 없어졌단다. 하지만, 곤돌라가 있는 풍경은 왠지 화려해 보인다.
바포레토는 골목골목의 숨어있는 경치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