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Georgia

Ushguli 우쉬굴리

fotovel 2016. 10. 24. 04:33

메스티아를 떠나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비포장도로를 한두시간이나 달린 후에,  드디어 자그마한 마을이 나왔다.


우쒸, 길이 너무 험하다. 


우쉬굴리.  


 

멀리서 보던 설산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해발 2000미터 정도 되는데다, 종일 흐려서인지, 여기는 거의 겨울날씨다.

가지고 간 겨울파카를 입고 두꺼운 장갑을 껴야 견딜만하다. 



  

설산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본다. 


때묻지 않은 계곡과 설산이 코앞에 다가왔다. 


만년설을 방금 훑어낸, 차갑고 청정한 공기.

그 공기가 가슴을 가득 메운다. 


알수없는 슬픔이 따라온다. 

시궁창 쥐처럼 도시에서 더럽혀진 나는, 이 웅장한 대자연 앞에 설 자격이나 있을까. 

이것을 만드신 더 웅장한 하나님 앞에서, 나는  그동안 얼마나 까불어댔던가. 


우쉬굴리는... 이런 작은 회개때문에라도 찾아올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쉬굴리 입구에서부터 우리 차를 계속 따라온 개 두마리가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멈추어 설때마다 우리들에게 다가와 꼬리치며 웃어대는 녀석들은, 도저히 유기견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명랑하고 잘생겼다.  



먹고 남은 빵을 좀 떼어주자, 녀석들은 그 다음부터 우리 차의 앞뒤를 왔다갔다 하며 우리를 호위? 안내하기 시작했다.  

우쉬굴리를 떠날 때까지, 녀석들은 충직하게 우리를 지켜주었다. 




* * *


오늘 이른 아침, 메스티아를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젊은 중국 아가씨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카페 주인더러 미화 100달러 지폐를 환전해달라고 했다. 

이 시간엔 환전상은 물론 문을 연 가게들도 없으니 환전은 힘들꺼라는 답변을 들은 중국 아가씨는 힘없이 카페를 나갔더랬다. 

바로 그 아가씨를 이곳 우쉬굴리, 아니, 마을에서도 한참을 더 달려온 설산 기슭에서 만났다. 

친구와 함께였다. 


투어버스가 우쉬굴리 마을에서 두시간 정도 머문다해서, 설산 방향으로 1시간 동안 무턱대고 걸어왔다가 지금 되돌아가는 중이란다.  

난징에서 왔다는 두 중국인 아가씨들은 참으로 씩씩했다.  

이 추운데, 아무도 안 오는 곳을... 

게다가 한명은 샬랄라 치마를 입고 있다. 


열정이랄까, 우직함이랄까, 무모함이랄까... 

저런 힘이 중국을 만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저나... 중국인들이 이젠 여기까지도 오는구나... 


 





* * *


우쉬굴리,하면 인터넷에 흔히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설산을 배경으로 한 교회 사진이다. 

그게 여기 있다. 


 

이 교회, 참 예쁘다.

코카서스 산맥으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교회일지도 모른다. 



소들도 우리처럼 이 교회 쳐다보기를 좋아하나보다. 







마을로 내려오니, 메스티아에도 있는 탑,  그 유명한 코쉬키(탑)가 여기에도 있다. 



적들이 침략해오면  피신하는 방법으로 사용했다는 탑이다. 

적들의 침략이 얼마나 잦았길래 이런 시스템까지 고안해야 했을까. 




이제 날이 더 추워지고 눈이 쌓이면, 사람들은 겨울동안 대부분 이 산골마을을 떠나있는다 한다. 

천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 코쉬키들은 겨울을 그렇게 지냈을꺼다. 

사람과 바람과 추위에 바래고 닳아버린 탑의 아름다운 색과 질감이, 우쉬굴리를 떠나오는 마음 한 구석에 내내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