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바르셀로나 - 구엘 공원
구엘 공원. Parc Guell.
바르셀로나에서 반드시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관광지.
두 달 전에 예약한 곳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조금이라도 피하고자, 아침 9시 입장으로 예약해 놓았다.
지하철을 타면 구엘공원 정문까지 가파른 올리막길을 상당히 많이 걸어야 한다는 사실,
그래서, 카탈루냐광장에서 24번 버스를 타면 공원 후문에서 내려 내리막길을 조금만 걸어가면 공원입구라는 사실,
이런 것까지도 미리 다 파악해 놓았다.
철저한 준비성. 아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 줄까.
그런데, 아침 8시에 출발하자고 전날부터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아내의 꿈지럭거림 덕분에 숙소를 8:20분경에야 나와야 했다.
뭔가 불길한 조짐.
24번 버스는 정류장에서 20분 가량 기다린 후에야 도착했는데, 운전기사가 우리를 보더니 구엘공원은 건너편에서 타라고 한다. (물론, 우리는 스페인어를 전혀 못한당)
건너편에 가서 버스를 타고, 그래서 결국 공원 후문에 도착한 것은 입장시간이 조금 지난 9시 20분경이었다.
들었던 대로, 공원 출입구에서는 입장시간이 늦었다면서 못들어간댄다.
accident가 있었노라고 둘러대보았지만, 아무 보탬이 안된다.
스페인 애들이 원래 그렇게 생겼는지, 우리가 겨우 20분 늦어 못들어가게 된 걸 고소하게 생각하는 표정으로 보인다.
입장객 수를 조절하기 위한 제도인 모양이지만, 이건 분명히 불합리하고 지나치다.
그래, 내 입장료 몇 유로 먹고 떨어져라.
겨우 20분 늦었다고 출입을 거절하는 녀석들이 괘씸하고, 2달전의 예약이 허사로 된게 속상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결과의 원인 일부가 된 아내까지도 원망스러웠다.
(구엘공원은 무료로 산책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가우디의 손길이 남아 있는 중요부분은 당연히 유료 입장 구역이다.)
힘이 풀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우리 부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싸우고, 그리고, 또 풀렸다.
원래 부부가 그런거 아닌가...
곰곰 생각해 봤다.
그렇다고 바르셀로나에 왔다가 구엘공원을 보지도 못하고 가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혹시나 해서 안터넷 사이트로 들어가봤더니 다음날 예약이 가능하다. 그 자리에서 다시 예약을 했다.
그래서 결국 다음날 구엘공원에 또 갔다.
이번에는 아무 실수 없이... 충분한 시간을 남기고..
누구나 앉아본다는 가우디의 긴 벤치...
그 유명한 도마뱀 조각...
오전 10시가 채 안되었지만, 관광객이 꽤 있다.
관광객이 가장 적을 때를 기다려 찍었는데, 저어기 맞은 편에서 누군가 나를 찍고 있다.
양쪽에서 총을 뽑아든 서부영화의 결투장면이 생각난다.
정문 건물들...
가우디의 천재적인 면이 구엘공원에서도 충분하게 나타난다.
아울러, 구엘이 도대체 왜 여기다 주택단지를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는지, 그리고 가우디에게 아낌없이 실력발휘를 하도록 허락했는지 등등.. 구엘이라는 사람에 대하여도 궁금해졌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어쨌든 구엘공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오전 나절이 지나도록, 아름다운 공원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이게 자유여행의 특성 아니던가.
깃발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패키지 관광객들을 바라보면서, 잠시 사치스러움을 즐겨보았다.
공원에 핀 꽃 색깔이, 참 스페인스럽다.
Travel Tip
1. 구엘공원은 예약한 입장 시간을 반드시 잘 지켜야 한다. 예약내용을 잘 읽어보면 이 점을 상당히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2. 카탈루냐 광장에서 24번 버스를 타고 공원 후문으로 가는 것과 지하철을 타고 공원 정문으로 가는 것은 차이가 매우 매우 크다. 후자의 경우 공원 관람 전에 체력을 완전히 고갈시킬지 모른다.
3. 구엘공원도 아침 일찍 가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개장후 2시간만 넘으면 패키지 관광객으로 완전 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