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 푸동
황푸쟝(黃浦江)은 상하이 다운타운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이 강을 기점으로 동쪽은 푸동, 서쪽은 푸서로 나눈다.
푸동(浦東)지역은 상하이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동팡밍주를 비롯하여, 높은 타워와 건물이 집중되어 있다.
푸서(浦西)지역의 강변, 와이탄에는 세계강국들이 중국을 유린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상하이의 야경이라면, 사실 황푸쟝의 양쪽 강변를 빼놓고는 그다지 말할 곳이 없다.
상하이가 내게 몸을 허락한 첫날 밤, 겨울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난징동루의 푸싱지에를 거쳐 와이탄까지 걸어가는 그 화려한 밤길에도, 비는 계속 쏟아졌다.
드디어 맞이하는 푸동쪽의 야경.
동팡밍주를 바라보기 전에, 제방 벽이 눈에 띈다.
행인들의 실루엣이 겹쳐져 참 이채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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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 다시 찾아간 푸동은 살짝 다른 모습이었다.
간밤의 질척함을 시치미떼고 화장을 고친 상하이 푸동에, 태양이 솟는다.
동팡밍주의 실루엣이 희미한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적막한 상하이의 아침.
사실은 더 이른 새벽부터 사진 속의 철교인 와이바이두차오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어느 중국 노인이 내게 다가오더니, 뭐라고 말하며 연신 손짓한다.
"^&*^#%$()*@#@^#(*@&(#$"
"I am sorry, I cannot understand Chinese."
그러나 노인은 아랑곳없이 계속 말한다.
흠... 이건 분명히 <뒷쪽에 있는 다리에 가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얼싼스 밖에 모르는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노인은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넜고, 나는 그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찍은 사진이다.
노인은 그 후에도 계속 내게 무언가를 이야기했고, 나는 잔잔한 미소로써 그에게 화답했다.
그에게 있어, 나는 아마도 "말이 별로 없는 중국인"이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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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 아침 느지막히, 나는 다시 와이탄을 찾았다.
매우 흐린 날이어서 태양은 뜨지 않았지만, 바람이 없다.
덕분에 황푸쟝 지류인 쑤저허에 동팡밍주의 반영이 깨끗하게 비친다.
혹시 전날 보았던 노인이 없는가 둘러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비내리는 밤, 새벽, 아침.. 세번이나 와이탄을 찾아간 나의 열정에 응답한, 중국의 어느 신선이었을까.
그렇게, 상하이의 푸동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