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베르니 Giverny - 모네의 저택
아침 일찍 모네의 집으로 갔다.
지베르니 Giverny 시내를 꽤 벗어난 곳이지만, 모네의 집을 찾는 것은 매우 쉬웠다.
근처로 가면서 안내표지판도 잘 되어 있었고. 나무그늘로 자연스럽게 만든 주차장이 참 널찍하다.
입장시각 30분쯤 전이라 여유있게 주차하고 근처를 산책했다.
마을 전체가 모네의 집을 연상케 하는 꽃으로 장식되고, 관광객을 노리는 식당들도 많다. 시간이 있으면 모네의 집 뒤편 골목길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도 좋은 일일 듯 싶다.
모네의 정원은 역시 화려했다.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저택과 정원을 가꾸고 유지했을까하면서, 모네가 누렸을 호사를 상상해 보았다.
모네의 그림에서 본 것을 거의 그대로 재현할 정도로, 정원은 잘 유지되고 있었다.
정원은 그렇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규모지만, 산책로가 서로 비껴가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기 때문에 관광객의 수가 늘어날수록 지체가 심해진다.
우리는 다행히 입장시간 9시에 들어가 정원부터 산책했기 때문에 여유있게 구경하고 사진도 충분히 찍을 수 있었다.
모네의 집 안에는 일본화와 일본 도자기가 상당히 많이 보존되어 있다.
소개 책자에서 본 것보다 오히려 더 심할 정도다.
이 정도인 것을 보니 모네가 정말로 일본을 동경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들이 뻥을 치는 줄 알았더니.
그 생각 때문이었을까, 앞 뒤를 지나는 관광객 중에 일본인들이 유난히 많다.
그들은 대부분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때문에 그다지 불쾌하진 않다.
일본인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성품이 늘 드러나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왜 다른 나라들을 괴롭히고 침략하고, 그 수많은 잘못도 진심으로 뉘우칠줄 모르는 걸까.
개별적 국민성과 전체적인 국민성이 그렇게까지 달라야만 할까.
이번 여행에서 프랑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이 발견한 게 있다.
의외로 일본에 대한 동경을 가진 프랑스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모네 뿐만 아니라 요즘 프랑스 인들도 마찬가지로.
나중에 묵은 chambre d'hôte 두 군데에서도 주인들이 방안에 일본 그림이나 인형을 귀하게 걸어두고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모네의 정원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들이대면 그림이다.
프랑스는 노골적으로 모네의 편이다.
지베르니는 오베르 쉬르 오와즈에 비하면 천지차이다.
고호는 지금도 외국 거지깡깽이, 모네는 지금도 프랑스 귀족.
모네의 집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점점 불어날 무렵,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투입되어 정원을 더이상 걷기 어려워질 무렵, 우리는 지베르니를 떠났다.
모네의 집은 가능한 한 아침 일찍 (입장시간 9:30 AM) 갔다가 일찍 나오는 게 좋다. 오전 11시 정도만 되면 걷기 힘들 정도로 붐빈다.
적어도 5월부터 10월 정도까지는 그렇단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여 들어가보니 호텔이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방에는 화장실도, 샤워시설도 없었다. 냉장고도, 에어컨도 없었다.
작은 더블베드가 하나 있을 뿐이다.
침대 위로 2층 침대가 설치되어 윗쪽 공간을 막고 있어서, 누워있으면 답답하기까지 하다.
트렁크를 펼칠 공간도 거의 없다.
그냥 잠만 자고 가라는 거다. 창을 열어도 답답하다.
마치 플라스틱 큐브에 들어온 느낌이다.
아내의 눈치를 보니 몹시 힘들어 하는 것같다.
짐을 풀고 방 밖에 있는 화장실로 가려던 아내가 질겁을 했다.
공동 샤워장 앞 복도에서 덩치큰 털복숭이 사내 하나가 팬티만 걸친채 트렁크를 모두 뒤지면서 목욕 준비를 하고 있는 거다.
그런 호텔이었다. 우리가 좀더 젊었더라면 괜찮았을텐데. 나이가 들면 이런 저런 게 불편하고 힘들다.
옹플뢰르Honfleur에도 동일한 종류의 호텔을 예약한 것이 생각나서, 즉석에서 인터넷을 통해 그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가격이 좀 더 비싼 다른 호텔을 예약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