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tovel 2013. 7. 30. 20:24

꽤 긴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내가 사는 곳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음 놓이는 내 집에서, 마음껏 편안해지는 첫 날을 보냈다.

언어가 100% 소통되는 것도 감사하고, 알지 못할 두려움에 빠질 염려가 없는 것도 감사했다. 

여행 기간중 놓쳤던 일일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아내 옆에서, 나는 오후 내내 짧은 낮잠에 빠졌다가 다시 깨어나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아내도 역시 거실에서 TV를 보는 사이사이에 그렇게 짧은 잠을 자면서 오후를 지냈다. 

이렇게 잦은 낮잠을 자다가는 시차를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건 순전히 기우였다. 

파리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해가 져버린 밤부터 또다시 졸음이 찾아왔고, 나는 정신없이 또 긴 잠에 빠져 들었다. 



그 잠 속에서 많은 꿈을 꾸었다. 

파리 시내의 어느 지하철 역에서 빠져나와, 뤼 귀사드까지 걸어가다가, 갑자기 나는 생미셀 광장에 서 있었다. 

담벼락에 붙은 영화 포스터에서 갑자기 현실로 튀어나온 캐릭터처럼, 햇빛에 눈부셔 하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 순간 잠깐 꿈에서 깨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리움 때문에 콧날이 시큰해지곤 했다.

돌아온지 불과 이틀도 안됐는데. 

그리고는 또다시 잠에 빠져들어, 파리의 수많은 길들을 돌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튈르리 정원의 아침이슬 맺힌 어느 벤치에 앉아 있기도 했고, 투르의 어느 고성 정원을 헤매기도 했고, 몽마르뜨르 언덕을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다 잠을 깨면, 또 콧날 시큰한 그리움이 살짝 찾아왔다. 



내가 죽기 전에 또다시 프랑스를 찾아가 이번같았던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