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가는 TGV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드는 데도, 일정상 마르세이유를 떠나야 한다. 아쉽다.
이럴 땐, 만사를 제치고 기약없이 눌러앉아 이 도시를 탐색하고 싶다.
파리로 가기 위해 TGV를 탔다.
voyages-sncf 사이트를 통해 미리 예약했는데, e-ticket으로 구입한 경우에는 별도로 역에서 티켓을 받을 필요가 없다.
아이패드에 pdf 파일로 저장했다가 직원에게 보여주니 오케이.
마르세이유역에서는 탑승전에 모든 승객의 티켓을 일일이 확인한다. 그리고 탑승후에 열차 안에서 다시 한번 더 확인한다.
무임승차가 많은지 원...
자리를 찾아가니, 공교롭게도 역방향과 순방향이 마주보는 위치의 자리다.
맞은편 자리에 프랑스 할망구 둘이 앉아 있다.
둘이서 몹시 떠들어댄다. 딱 보니 엄청난 수다쟁이들이다.
기차가 출발하고 나면 낫겠지 했는데, 출발후 십여분이 지나도 요란하게 떠든다.
뒷좌석에 앉았던 아줌마 하나가 그 할망구들에게 프랑스어로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는 모양이었다.
잠시 흠칫 하더니, 그것도 잠깐, 두 할망구는 다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어디 가나 무식하고 상스러운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지.
뭔가 음흉스러운 얼굴의 마귀 할멈같은 두 할망구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떠들어댄다.
프랑스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몹시 듣기 싫은 언어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나오는 할멈이 바로 저 얼굴이었을꺼야...
견디다 못해, 자리를 옮겨 앉았다.
신이 매우 아름다운 자연 환경으로 프랑스 땅을 가득 채우셨단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프랑스를 시기하게 될 것이 걱정되었단다.
그래서 그 프랑스 땅에 ----------
프랑스인으로 가득 채우셨단다.
- 영화 "비바 프랑스 (Vive la France)"에서.
마르세이유에서 파리까지 약3시간 정도 걸리는데, 점심 무렵이 되니 저쪽에서부터 차장이 도시락 주문을 받는 눈치다.
1등석이니, 혹시 도시락을 공짜로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간혹 1등석에서는 음료수도 공짜로 준다는 글도 읽은 적이 있는데)
잘 살펴보니 차장이 휴대용 카드지급기를 들고 있다.
음... 사먹으라는 거군.
일단 하나만 주문했다. 콜라까지 9유로.
가지고 온 도시락은 삐쩍 마른 샌드위치 2조각이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
요거이 13000원 정도 되는 거다. 댓다 비싼 샌드위치다.
둘이서 한 조각씩 먹으니, 간에 기별도 안간다.
그래도 그걸 사먹는 사람들이 꽤 있다.
파리를 떠난지 10일만에 다시 파리로 가는 게, 마치 집에 가는 듯한 기분이다.
묘하다.
파리에 가면 여독을 풀고 푹 쉬어야지...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