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France

마르세이유

fotovel 2013. 7. 24. 21:11

마르세이유Marseille에 도착했다.

마르세이유는 이번 자동차 여행의 종착지다. 


마르세이유의 거리는 걸어다닐 맛이 난다. 

다양하고 활기차다. 

치안이 최악이라는 소리를 들었기에 불안했는데, 그건 기우인 듯. 

물론 파리에 비하면 노숙자의 수도 눈에 띄게 많고 거리의 전체적인 느낌이 가난한 분위기이긴 하다. 

거리에 나앉은 집시가족들도 흔하게 눈에 띈다. 

하지만, 그들 외에는 사람들 모두가 전반적으로 생기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가도 무지하게 싸다. 

식당 앞에 써있는 메뉴도 5유로 이하 짜리가 즐비하다. 

땡전 한 푼 없는 불법입국자나 이방인이라도 마르세이유에서는 꽤나 오랫동안 잘 버틸 것같다. 


마르세이유의 구항, Vieux Port는 관광지였다. 

여기는, 다른 거리와는 달리 이것저것 비싸 보인다. 

저녁으로는 마르세이유에서 유명하다는 부야베스를 먹고 싶었다. 

또 나름 미리 조사해 두었던 Le Miramar라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어째 너무 깔끔하다. 

마르세이유답지 않게. 

빨간 천의 치장물이 유난히 많다 했더니 종업원들이 거의 다 중국인들이다. 

중국요리집에 온 것같다. 

유명한 식당을 어느 중국인이 사들인건지... 

자리가 없다면서, 길 바로 앞의 두 사람 자리를 줬다. (우리가 아마 초라하게 보였는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메뉴를 보니 부야베스는 1인당 59유로, 그것도 반드시 2인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우리 둘이 먹으면 메인요리만 120불, 거기다 음료등을 합하면 으악이다. 

여기서는 도저히 못 먹겠다. 

마르세이유 항구에서 선원들이 값싸게 먹기 시작한 요리라 하여 그냥 맛이나 보아야지 했는데, 이렇게 비싼 요리인 줄은 몰랐다. 

이러려면 차라리 파리에 가서 미슐랭 별 세개짜리 식당에서 먹는 게 낫겠다. 

그러나 어쩌랴. 들어와 앉았으니 제일 싼 것이라고 먹고 가야 덜 창피할 것 같다. 

메뉴에서 제일 저렴한 것이 12유로짜리. 굴 6피스짜리 plat였다. 

굴 한 개에 3000원쯤 하는 셈이다.  

아내와 둘이서, 마르세이유 항구 앞 비싼 식당에 앉아 굴 세 개씩을 국물까지 쪽쪽 빨아먹고 일어났다.

배가 더 고프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항구 반대편으로 가니 거기도 식당들이 많다. 

얼추보아 꽤나 만만해 보이는 식당들도 많다. 

배가 점점 고파져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식당에 들어가 덥석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이윽고 나온 스파게티. 

흥, 맛을 잘 모르는 미국에서조차도 이 정도 엉망인 스파게티는 먹어본 적이 없다. 

잔뜩 부풀어버린 파스타면과 아무 풍미가 느껴지지 않는 소스. 

그저 고픈 배만 채웠다. 

근데 왜 이 식당에 사람이 많을까... 주위를 보니 온통 관광객들 뿐이다. 


나오다 보니 주위의 식당에서도 부야베스를 먹을 수 있다. 대체로 가격은 20불 전후 정도. 

이 정도라면 먹어봤을텐데. 에이, 오늘은 먹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ㅠㅠ ..




           


커다란 거울이 거꾸로 달려있는 광장이 특이하다. 


노을지는 마르세이유 항구는 참 아름다웠다. 

수많은 배들의 마스트와 그 실루엣들, 붉게 타오르는 하늘.  




항구 앞 광장에는 커다란 공연무대가 준비되고 있었다. 

공연이 9시에 시작한다는 데도 사람들이 7시 무렵부터 주위에 앉기 시작하는 걸 보니, 뭔가 유명한 연주가 있는 모양이다. 



Dee Dee 뭐 어쩌구 써있는데, 눈치나 글씨로 보아 재즈 가수인 듯하다. 

분위기로 봐서는 거의 세계스타급 정도 될 것같은데... 워낙 재즈가수들을 모르는지라. 

어쨌든 오늘 저녁에는 먹는 것보다 보고 듣는 것으로 즐기기로 했다. 

우리도 주위를 서성이며 콘서트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9시가 되자, 오케스트라가 등장한다. 

응? 클래식이었나? 

수석 바이올린이 인사를 하는데 연세가 꽤나 많은 분이다. 얼핏 보아 70은 넘으신 분같다.

악단 연주자들이 거의 모두 노인들이다. 


음 그럼 그렇지.. 이 동네 노인들의 클래식 잔치인거야... 

무대 앞의 그 큰 광장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찼고, 건물 옥상까지 사람들로 메웠다. 

이미 무대 앞으로는 접근이 어렵고 대형 전광판으로만 무대를 볼 수 있다. 

마르세이유가 이렇게 음악에 관심이 많은가? 


좀 있으니 흑인 여자 둘이 등장한다. 사람들의 환호가 보통이 아니다. 

누구지?

우리는 좀더 호기심이 생겨 가수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두 여가수들이 노래를 시작하는데, 전형적인 재즈 보컬이다. 

그런데... 그 노래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참 아름다운 목소리다. 


나중에 돌아와 찾아보니, 한 사람은 Dee Dee  Bridgewater라는, 그래미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유명 재즈가수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China Moses 라는, Dee Dee의 딸이었다. 딸도 역시 꽤 유명해진 재즈가수다. 

우리는 우연히도 마르세이유에서 유명한 재즈보컬 모녀의 콘서트를 공짜로 보게 된 거다.

공짜..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어둠이 내리고, 10시 반이 넘어도 콘서트는 끝날 줄 몰랐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혹시 위험해질지 몰라서, 우리는 아쉬워하면서 일어섰다. 

항구앞 광장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널찍한 도로 La Canebiere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스피커였다. 

호텔로 돌아오는 그 길 내내, 우리는 그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흑인 여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연주를 그렇게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이 도시는 참 행복하구나. 

호기심이 생기는 도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마르세이유에서 며칠 머무르고 싶다. 

마르세이유의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마르세이유 TGV역 바로 옆에 있는 ibis marseille gare st charles 라는 호텔에서 숙박했는데, 참 잘한 짓 중 하나였다. 

호텔 바로 뒤에 렌터카 사무실들이 있었고, 그 사무실 옆이 바로 렌터카 반납장소였다. 

호텔 정문 50m 앞에 기차역이 있다. 

지금까지의 어느 ibis 답지 않게 방이 깨끗하고 시설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