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브 (3) - 오페라
여행지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언젠가부터 우리 부부가 빼놓지 않고 즐기는 부분이 되었다.
자그레브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없을까 조사하다가, 크로아티아 국립극장(Croatia National Theatre)에서 각종 콘서트 등을 여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장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마침 우리가 체류하는 기간 중에 열리는 오페라가 있었다.
이왕이면 발코니 좌석을 예약하고 싶었는데, 발코니는 이미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1층 괜찮은 위치에 두사람 좌석을 예약했다.
좌석당 135쿠나. 대충 2만5천원 정도 되는 셈이다.
오페라의 영어 제목은 "The Love for Three Oranges"
무식한 편이기도 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오페라다.
러시아 작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가 만들었단다.
오페라의 스크립트를 구해서 미리 대충 읽어두었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길떠난 왕자가 여러가지 고생 끝에 마법사로부터 세개의 오렌지를 얻은 후 그 안에서 나타난 공주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원래 이태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하여, 외국 사이트에서 원작 요약분을 구하여 읽어보았더니 그 내용의 상당부분이 서로 달랐다.
우리가 보게 될 오페라는 러시아어나 크로아티아어로 진행할텐데, 오페라 내용이라도 미리 알아두는 게 재미를 더하는 방법이다.
시간에 맞추어 극장에 갔다.
관객 80% 이상이 이 지역 노인들로 보였고, 동양인은 한명도 없었다.
이런 분위기, 우리 좋아해..^^
2층에는 발코니가 들어찬, 전통적 오페라 극장이다.
미리 내용을 예습했기에, 오페라 감상에 매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젊은 감독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각색한 부분들이 엿보이는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오렌지에서 나온 여인들이 "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통풍구에 선 마릴린 몬로의 복장을 하고 있는 등...^^)
꽤 괜찮은 수준의 가수들이 출연했고, 우리는 즐겁게 공연을 관람했다.
이 오페라의 내용에서 흥미로운 것은, 세개의 오렌지로부터 나온 여인들이 목말라 하는데 그들에게 물을 주어야만 살아난다는 설정이다.
이것은 자그레브의 분수와 얽힌 전설 부분과 참 많이 닮아있다.
목마름과 물.
아마도 오랫동안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생존에 있어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에게 있어 영적(spiritual)인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었을까.
영혼의 목마름, 그리고 그것을 적셔줄 영원한 생명의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