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에서 묵은 호텔 컨시어지에서 까르푸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호텔직원은 "까르푸는 없고, '지야루푸'라는 수퍼마켓만 있다"고 대답한다.
그게 까르푸 맞는데.
까르푸 건물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수퍼마켓 입구 주변에는 자그마한 식당들이 즐비하게 보인다.
그 중 유독 한군데만 사람이 많다.
국수집이다.
어딜 가나, 맛있는 식당에는 사람이 몰리는 법이지.
그렇담 먹자.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주문하느냐다.
어떤 음식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적혀있는 한자를 발음할 줄도 모르니.
주문하는 사람들도 많고, 먹는 사람들도 많이 이 분위기에서, 어느 누구도 외국인인 나를 위해 신경써줄 가능성이 없다.
어찌됐건 나도 주문대에 서서 음식이름을 외쳐야 한다.
음식 나르는 뚱뚱한 아줌마에게 "쩌거션머(이거 뭐예요)?"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가리켜 음식이름을 물어보았다.
대답을 들었지만, 도대체 따라하거나 기억할 수도 없다.
에라 모르겠다.
걍 무대뽀로 닥쳐보자는 생각으로 주문대 앞에 줄을 섰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다가, 아, 다행이네, 내가 아는 메뉴를 발견했다.
결코 잊을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한자, "뺭".
이 한자가 두개 연속으로 붙어있는 음식 이름.
뺭뺭미엔.
시안에서 먹어본 국수다.
매우 넓직한 국수발이 특징인 샨시성 특산 국수다.
15위안이란다.
5위안 두장과 1위안 5장을 내밀었는데, 아줌마가 “스-을-우 위안(15원)”이라고 천천히, 그러나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너 외국인이지. 15원이라고 했잖아. 돈을 좀 정확히 세어서 내놓도록 해봐)”
이런 내용을 담은 셈이다.
지폐를 모두 펼쳐서 보여주니, 이 아줌마가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다.
지가 잘못 보고 이야기한 걸 안거다.
묘한 감정의 소통을 나눈거지.
어쨋든 1차전은 나의 승리.
돈을 먼저내고 식탁자리를 잡은 뒤 주문표를 식탁에 올려놓으면 뚱보 아줌마가 날라다 주는 시스템이다.
뚱보 아줌마는 국수 한 그릇이 나올때마다 뭐라뭐라 엄청 큰 소리로 불러제낀다.
인상이 나쁘진 않은데, 화난 목소리같다.
바로 옆에서 소리칠때면, 귀 옆에서 화약이 터지는 것같다.
어느 중국무술영화에선가, 아줌마 하나가 소리지르기 무공을 통해 사람들을 제압하는 장면을 본 게 기억난다.
그게 바로 이런 아줌마를 보고 만든 캐릭터였나보다.
뚱보 아줌마가 소리지르면, 해당되는 사람이 손을 들고, 아줌마가 그릇을 갖다준다.
아마도 국수이름을 외치는 듯 했다.
근데, 국수 이름들이 꽤나 비슷하게 들린다.
다른 국수이름이야 내가 알바 아니다.
어쨋든 나는 뚱보 아줌마가 “뺭뺭미엔”하고 소리지르기를 기다리면 된다.
국수이름을 아니까.
안에서는 직원들이 여러가지 국수발을 직접 뽑아내고 있는 게 보인다.
뺭뺭미엔 국수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순서를 기다리던 중 어느 순간엔가..
뚱보아줌마가 뭐라뭐라 국수 이름을 여러차례 외치고, 손드는 사람이 없는지 더욱 큰 목소리로 또 외친다.
어떻게 들어도 “뺭뺭미엔”이라는 말은 아니다.
해당되는 사람이 없는지, 급기야 계산대 아줌마까지 가세하여 양쪽에서 그 국수 이름을 외친다.
그러더니, 나를 발견한 계산대 아줌마가 내 테이블에 놓아둔 주문표를 보면서 뚱보 아줌마에게 뭐라뭐라 하고, 뚱보 아줌마는 미안한 듯 쑥스럽게 웃으면서 그 국수그릇을 내게 갖다준다.
나중에 가만히 들어보니, 뚱보 아줌마는 숫자를 외치고 있었다.
주문표에 적힌 숫자를 부르는 건데, 나는 바보같이 “뺭뺭미엔”이라 부르기만 기다린거다.
미안하긴, 내가 되려 미안한건데.
쏘리, 2차전은 나의 패배.
어쨌든 뺭뺭미엔이 내 앞에 놓였다.
넓적한 국수가 커다란 사발그릇 속 고기국물에 잠겨있다.
이게 겨우 3000원도 안된다니.
대련 물가가 비싸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서민 음식들은 저렴한가보다.
먹다보니 점점 더 맛난다.
넓적하고 매끈한 면이 입 안에 들어가 입안의 양쪽을 한꺼번에 휘젓는 느낌이 몹시 좋다.
조금만 두꺼워도 수제비 느낌이 날텐데, 적당히 얇게 잘 뽑아냈다.
고기국물도 참 고소하다.
국물까지 거의 마시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뚱보 아줌마가 나보고 뭐라뭐라 하는데, 맛있냐고 묻는듯하다.
하오츠~(맛있어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면서 웃고 나온다.
그래. 3차전은 무승부. ㅋㅋ
국수집 뚱보아줌마, 씨에씨에, 짜이찌엔~ (고마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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